약 15년 전 채무자 소유 부동산에 관하여 ① 처분금지가처분 결정을 받고, 이어서 ②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였음에도, 지금까지 이전등기를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하고 있었던 의뢰인과의 상담 내용이다.
의뢰인은 최근 위 채무자가 제출한 가처분취소 신청서를 송달받았는데, 핵심 내용은 「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승소하고 집행권원을 얻어 즉시 본집행을 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기간이 지나도록 그 집행을 하지 않고 있으니, 사정변경을 이유로 처분금지가처분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것이었다.
사정변경에 따른 가압류취소에 관한 규정은 민사집행법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민사집행법 제288조(사정변경 등에 따른 가압류취소) ① 채무자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압류가 인가된 뒤에도 그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 제3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해관계인도 신청할 수 있다.
1. 가압류이유가 소멸되거나 그 밖에 사정이 바뀐 때
동법 제301조(가압류절차의 준용) 가처분절차에는 가압류절차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그렇다면 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승소하였음에도 장기간 본집행에 착수하지 않은 것을 사정변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는 "보전의 필요성이 소멸되어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다.
<대법원 1984. 10. 23. 선고 84다카935 판결>
가처분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승소하고 채무명의를 획득하여 즉시 본집행을 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집행을 하지 아니하고 있는 경우에는 피보전권리에 대한 보전의 필요성은 소멸되었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이 가처분결정후에 보전의 필요성이 소멸된 때에는 그 가처분을 그대로 존속시켜 놓을 수 없는 사유인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85. 4. 9. 선고 84다카2331 판결>
가처분 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은 후 그 집행채권이 정지조건부이거나 또는 집행정지결정이 있는 등 즉시 집행에 착수할 수 없는 법률상 장애사유가 있는 경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본 집행에 착수하지 않고 있다면 그 보전의 필요성은 소멸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바, 그 집행채권이 정지조건부인 경우라고 할지라도 그 조건이 집행채권자의 의사에 따라 즉시 이행할 수 있는 반대의무의 이행인 경우에는 정당한 이유없이 그 반대의무의 이행을 게을리하고 집행에 착수하지 않고 있는 이상 그 보전의 필요성은 소멸되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그런데 위 판례 문구에 비추어 알 수 있듯이, 단순히 오랫동안 집행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경우에 사정변경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집행에 착수할 수 없었던 어떠한 장애사유가 존재하였는지 여부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 사정변경을 긍정한 사건
<대구고등법원 1985. 11. 6. 선고 84나1405 판결>
위 본안소송의 확정판결에 어떠한 경정사유가 있음을 인정할만한 증거도 없거니와 가사 그와 같은 사유나 승계집행문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 그 밖의 피신청 주장과 같은 다른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어느 것이나 본집행을 할 수 있는 때로부터 6년이라는 장구한 세월동안 본집행을 하지 못할 장애였다고는 인정할 수 없고
<대법원 1990. 11. 23. 선고 90다카25246 판결>
가압류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아 확정된 후, 가압류채무자가 그 본안판결에 대하여 재심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재심의 소를 각하한 판결이 확정되고도 5개월이 지나도록 가압류채권자가 본 집행에 착수하지 않고 있었다면 가압류는 보전의 필요성이 소멸되었다고 볼 것이다.
<대법원 2007. 7. 26.자 2007마340 결정>
가압류채무자를 상대로 한 본안소송에서 승소판결이 확정된 후 가압류채무자가 사망한 데 이어 제1순위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였다는 사정이 위 승소판결에 기한 본집행을 하지 못할 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00. 11. 14. 선고 2000다40773 판결>
피신청인이 신청인들에게 1,463,470,660원을 지급하면 신청인들을 상대로 받은 승소판결의 본집행에 착수하여 원심 판시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이상 이 사건 가처분은 그 보전의 필요성이 소멸되었으며, 피신청인의 위와 같은 의무이행이 신청인들의 협력을 통한 이 사건 연립주택 분양대금의 회수를 조건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없어 그 의무이행을 게을리하고 있는 데 대하여 피신청인에게 정당한 이유도 없다고 판단한 것은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 또는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
◆ 사정변경을 부정한 사건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6다24568 판결>
피신청인이 이 사건 각 토지지분에 대하여 강제경매신청을 하였다가 취하한 후 현재까지 본집행에 착수하지 않고 있는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각 토지지분의 대부분이 그 지상에 신축된 아파트 및 상가의 부지에 해당하여 그에 관한 경매가 진행되더라도 낙찰될 가능성이 희박한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가압류결정은 그에 기한 본집행을 계속함에 사실상 장애가 존재하고, 피신청인이 이 사건 물품대금 채권을 회수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가압류결정의 보전의 필요성이 소멸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는바
안타깝게도 의뢰인의 경우에는 집행에 착수할 수 없었던 장애사유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채무자의 가압류취소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건이었다.
하지만 대처방안은 있다. 보전처분취소사건이 진행 중이라고 하더라도 집행에 착수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가처분등기가 말소되기 전에 조속히 판결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는 것이다. 물론 오랜 기간 이전등기를 미뤄왔다면 각자 나름의 사유가 있기 마련일 테지만, 해당 부동산이 (높은 가능성으로) 제3자에게 넘어갈 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할 만한 사유는 아닐 것이다.
<대법원 2010. 11. 30.자 2008마950 결정>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등기 후에 가압류 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가 사정변경을 이유로 하여 가압류취소를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그 가압류를 취소하는 결정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에 기하여 가압류등기가 말소되기 전까지는 그 가압류집행으로 인한 처분금지의 효력이 여전히 유지되므로, 가압류채권자는 가압류를 취소하는 결정에 대하여 불복하면서 아직 말소되지 아니한 가압류등기에 기초하여 적법하게 강제경매신청을 할 수 있다.
재항고인이 이 사건 가압류취소결정에 대하여 즉시항고를 제기하면서 곧바로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강제경매를 신청하여 2007. 10. 12.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강제경매개시결정이 내려지고 이 사건 가압류가 본압류로 이행되었는바, 그렇다면 재항고인은 원심 단계에서 이미 이 사건 가압류와 관련하여 본집행에 착수한 상태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가압류가 집행된 때로부터 상당기간이 경과하도록 본집행을 하지 않았음을 전제로 하는 가압류취소 사유는 원심 단계에서 이미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고, 위 본집행이 유효하게 진행되는 이상 신청인은 이 사건 가압류의 취소를 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신청인의 이 사건 가압류취소신청을 각하하였어야 함에도 오히려 신청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사건 가압류결정의 취소를 명한 제1심결정을 유지하였으니, 이러한 원심결정에는 가압류집행에 기한 본집행이 이루어진 경우의 가압류취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결국 이 사건에서는 지체없이 이전등기를 신청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1심에서 바로 각하결정을 받아내거나, 준비가 다소 늦어져 1심에서 가처분이 취소되는 경우에도 즉시항고를 제기한 후 2심 단계에서 이전등기를 신청해 각하결정을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한편 소유권이전등기판결이 확정된 때로부터 이미 15년이 경과했기 때문에, 혹시 소멸시효가 완성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등기예규는 '채권자가 확정 후 10년이 경과한 판결에 의하여도 등기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판결 등 집행권원에 의한 등기의 신청에 관한 업무처리지침(등기예규 제1692호) 2. 라. 판결의 확정시기 등기절차의 이행을 명하는 확정판결을 받았다면 그 확정시기에 관계없이, 즉 확정 후 10년이 경과하였다 하더라도 그 판결에 의한 등기신청을 할 수 있다.
나아가 약 15년 동안 가처분의 집행보전 효력이 존속하고 있었던 이상 시효중단의 효력 역시 계속되어 왔다고 보아야 하므로, 실체적 권리의 측면에서도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할 여지는 없다고 할 것이다.
민법 제168조(소멸시효의 중단사유) 소멸시효는 다음 각호의 사유로 인하여 중단된다.
2.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대법원 2000. 4. 25. 선고 2000다11102 판결>
[1] 민법 제168조에서 가압류를 시효중단사유로 정하고 있는 것은 가압류에 의하여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하였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인데 가압류에 의한 집행보전의 효력이 존속하는 동안은 가압류채권자에 의한 권리행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가압류에 의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가압류의 집행보전의 효력이 존속하는 동안은 계속된다.
[2] 민법 제168조에서 가압류와 재판상의 청구를 별도의 시효중단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데 비추어 보면, 가압류의 피보전채권에 관하여 본안의 승소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가압류에 의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이에 흡수되어 소멸된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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