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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사례

[수행사례] 옆집 공사로 생긴 균열, 지반침하 등 │ 증거보전신청

by 11년차 변호사 2021. 2. 6.

얼마 전 10층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의뢰인으로부터 상담 문의를 받게 되었다. 인근 공사현장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진동으로 인해 건물 내/외부에 균열, 파손 등의 결함이 발견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공사의 진척도를 확인해 보니, 기존 건물의 철거가 마무리되고 신축을 위한 터파기 작업이 막 시작된 상황이었다.

먼저 이와 같은 경우 의뢰인으로서는 ① 공사중지가처분을 신청하거나, ② 시공사 또는 건축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드린 후, 하자 발생 정도/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의 인용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손해배상청구소송만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다만 터파기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단계에서 무턱대고 소송부터 제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았는데, 우선 인근 건물의 공사가 마무리되어야 의뢰인에게 발생한 전체 손해를 확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유형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는, 필연적으로 다음과 같은 다툼이 벌어진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 원고의 소유건물에서 발견되는 균열, 지반침하 등이 과연 피고가 실시한 공사로 인해 발생한 것인가 : 즉, 해당 공사 이전부터 이미 발생하여 있던 하자는 아닌가

◆ 어느 정도 하자를 발생시켰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그 범위를 어떻게 특정할 것인가 : 공사 이전부터 발생하여 있던 하자와 새롭게 발생한 하자를 구별하여 손해배상액을 정확히 산정해낼 수 있는가

위 사항에 대한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원고에게 있기 때문에, 당장 소송을 제기하기 어려운 시점이라고 하여 손을 놓고 공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현 시점의 건물 현황(기발생 하자, 건물의 기울임 등)을 정확하게 기록해 둘 수 있다면, 공사가 끝난 후의 건물 현황과 비교하여 공사기간 동안에 새로운 하자가 발생하였다는 사실 및 그 범위를 손쉽게 입증해낼 수 있을 텐데, 바로 이때 활용할 수 있는 절차가 증거보전절차이다.

민사소송법 제375조(증거보전의 요건) 법원은 미리 증거조사를 하지 아니하면 그 증거를 사용하기 곤란할 사정이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 증거조사를 할 수 있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면, CCTV 파일이 폐기되기 전에 이를 미리 증거로서 조사하거나, 위독하여 오랜 생존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람에 대한 증인신문을 미리 진행하는 것 등이 위 규정에 따른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 의뢰인 역시 인접건물의 공사로 인해 발생하는 하자 및 그 인과관계, 손해액의 입증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증거보전절차를 이용해 소유건물에 대한 감정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증거보전신청을 위해서는,

◆ 미리 증거조사를 하지 아니하면 그 증거를 사용하기 곤란할 사정을 신청인이 소명해야 한다. 본 사건에서는 의뢰인이 처한 상황에 대한 충실한 설명과 법리 논증을 통해 법원을 설득하고자 하였다.

◆ 한편 신청의 인용 여부에만 매달린 나머지 감정사항(=보전하고자 하는 증거)의 특정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꼼꼼하게 설시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증거보전신청의 목적은 그 명칭 그대로 “필요한 증거를 보전함”에 있는바, 감정사항을 빠뜨려 중요한 증거가 소실되고 만다면 신청의 의미 자체가 퇴색된다고 보아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항에 특히 초점을 맞추어 사건을 진행한 결과, 의뢰인과의 상담 이후 일주일만에 법원으로부터 인용결정문을 받아볼 수 있었다.

인용결정 이후에는 감정기일에 출석하여 법관, 감정인, 상대방(인근 공사현장의 시공사 및 건축주)과 함께 감정의 내용 및 계획 등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약속된 날짜에 현장에도 동행하여 실제 감정 실시과정을 지켜봄으로써 업무를 마무리하였다.


물론 법원의 증거보전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사감정을 통해 건물 현황을 기록해 놓는 것 또한 가능하다. 그러나 사감정의 경우 추후 소송절차에서 그 결과를 원용하는 데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상대방으로서는 당사자 일방에 의해 주도적으로 진행된 사감정의 신뢰성을 문제삼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증거보전을 위해 지출한 비용은 소송비용의 일부로서 추후 소송비용 재판에서 일괄하여 그 부담을 정하게 되므로(민사소송법 제383조), 자체적으로 안전진단을 실시하는 경우와는 달리 감정수수료를 소송비용으로 인정받기가 용이해진다는 이점이 있다. 다시 말하면, 손해배상청구의 본안소송에서 승소하는 경우 미리 지출한 감정비용을 보다 손쉽게 상대방에게 부담지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인근 건물의 공사가 많이 진척되기 전 신속하게 감정을 실시할수록 손해발생 범위를 더욱 정확하게 입증/산정할 수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에는 지체없이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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