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행사례

[수행사례] 내 땅에 나도 모르는 포장도로가 설치되어 있다면 │ 철거청구 가부

by 11년차 변호사 2021. 3. 12.

땅 주인도 모르는 사이, 그 소유 토지 위에 아스팔트ㆍ시멘트 등으로 도로 포장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간혹 있다. 도심지보다는 교외지역에서 발생하기 쉬운 사례인데, 토지주가 인근에 거주하지 않는 이상 포장 공사를 즉시 인지하고 제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해당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땅 주인은 아스팔트와 같은 도로포장재의 철거를 구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건물 기타 공작물이 무단으로 들어선 경우에는 철거청구를 할 수 있음이 명백하다. 그런데 포장된 도로는 마치 땅과 일체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인지, 그간의 판례들은 다소 일관되지 않은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중 토지 소유자의 철거청구를 기각한 판결들은, 대부분 부합의 법리를 그 판시 이유로 제시하였다.

부합이란 ‘소유자가 다른 여러 개의 물건이 결합하여 1개의 물건으로 되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로서, 민법은 어떤 물건이 부동산에 부합한 경우 그 물건의 소유권은 부동산 소유자에게 귀속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256조(부동산에의 부합) 부동산의 소유자는 그 부동산에 부합한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그러나 타인의 권원에 의하여 부속된 것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대법원 2007. 7. 27. 선고 2006다39270, 39278 판결>
어떠한 동산이 부동산에 부합된 것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동산을 훼손하거나 과다한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서는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부착ㆍ합체되었는지 여부 및 그 물리적 구조, 용도와 기능면에서 기존 부동산과는 독립한 경제적 효용을 가지고 거래상 별개의 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부합물에 관한 소유권 귀속의 예외를 규정한 민법 제256조 단서의 규정은 타인이 그 권원에 의하여 부속시킨 물건이라 할지라도 그 부속된 물건이 분리하여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부속시킨 타인의 권리에 영향이 없다는 취지이지 분리하여도 경제적 가치가 없는 경우에는 원래의 부동산 소유자의 소유에 귀속되는 것이고, 경제적 가치의 판단은 부속시킨 물건에 대한 일반 사회통념상의 경제적 효용의 독립성 유무를 그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

 

즉, 철거청구를 기각한 일부 판례들은 '① 아스팔트 등 포장 부분이 토지에 부합된 이상, ② 민법 규정에 의하여 토지 소유자가 그 포장 부분의 소유권을 취득하고, ③ [포장 부분의 소유자이기도 한 토지 소유자]는 [이미 포장 부분의 소유권을 상실한 도로 포장 시공자]에게 이를 철거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 하급심 판례에서 설시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 사건 포장도로에서 콘크리트 포장된 부분을 분리하기 위해서는 포크레인 등의 장비를 동원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포장도로에서 분리된 콘크리트 잔해물은 경제적 가치가 없으므로, 콘크리트 포장 부분은 사실상 분리복구가 불가능하여 거래상 독립된 권리의 객체성을 상실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도로를 콘크리트로 포장한 부분은 이 사건 토지에 부합되어 (토지 소유자)의 소유로 되었다.” 


또한 타인이 설치한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임의로 철거한 땅 주인에 대하여, 형사 재판에서 ‘도로가 피고인의 토지에 부합되어 재물의 타인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물손괴의 점을 무죄로 결론 내린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원칙대로 포장도로의 철거를 명한 판결도 다수 존재하였고, 사안에 따라 법원의 판단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차에, 작년 대법원에서 아래와 같은 판결이 선고되기에 이르렀다.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다264307 판결>
부동산에 부합된 물건이 사실상 분리복구가 불가능하여 거래상 독립한 권리의 객체성을 상실하고 그 부동산과 일체를 이루는 부동산의 구성부분이 된 경우에는 타인이 권원에 의하여 이를 부합시켰더라도 그 물건의 소유권은 부동산의 소유자에게 귀속되어 부동산의 소유자는 방해배제청구권에 기하여 부합물의 철거를 청구할 수 없지만, 부합물이 위와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그 물건의 소유권이 부동산의 소유자에게 귀속되었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부동산의 소유자는 방해배제청구권에 기하여 부합물의 철거를 청구할 수 있다.
(…) 한편 이 사건 도로부지 포장은 피고가 공장의 진출입로로 사용하기 위해 (지번 생략) 토지의 일부 지상에 아스콘을 씌운 것에 불과하고 지상에 아무런 지장물이 없어 토지로부터 아스콘을 제거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도로부지는 종래 밭으로 사용되었는데, 피고가 사적인 통행을 위해 토지 위에 가볍게 아스콘을 씌운 것이어서 토지와 아스콘의 구분이 명확하고, 그에 따라 이 사건 도로부지에서 아스콘을 제거하는 데 과다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도로부지의 포장은 이 사건 도로부지로부터 사실적·물리적으로 충분히 분리복구가 가능한 상태로 봄이 타당하고, 이 사건 도로부지의 포장은 원고가 이 사건 도로부지를 당초 용도에 따라 밭으로 사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불필요하고 오히려 원고의 소유권 행사를 방해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 도로부지와 일체를 이루는 토지의 구성부분이 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도로부지의 포장은 이 사건 도로부지에 부합되었다고 볼 수 없고, 원고는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의 행사로써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도로부지의 포장에 대한 철거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위 판결이 선고되었다고 하여 모든 사건에서 이를 좇아 포장도로의 부합을 부정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각각의 사안마다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변함없다.

그러나 그동안 철거청구를 기각한 판결들을 조사해 보면 별다른 이유 설시도 없이 만연히 ‘아스팔트가 토지에 부합되었다’는 식의 결론만 기재한 예가 적지 않았고, 

당장 앞에서 인용했던 하급심 판례를 보더라도 “이 사건 포장도로에서 콘크리트 포장된 부분을 분리하기 위해서는 포크레인 등의 장비를 동원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포장도로에서 분리된 콘크리트 잔해물은 경제적 가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콘크리트 포장 부분이 토지에 부합되었다고 설시하였던바, 이제 그러한 판단은 더 이상 설자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만일 포장 부분과 토지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게 되었다거나, 지상에 다른 지장물이 있어 포장을 벗겨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등의 특수한 사정이 존재한다면 이러한 사정은 철거 의무를 부인하는 측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주장입증해야 할 것이다.


철거청구 소송에서의 인용 주문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나오게 된다.

피고는 원고에게 (주소생략) 전 ○○㎡ 중 별지 감정도 표시 1, 2, 3, 4, 5, 1의 각 점을 차례로 연결한 선내 부분 ○○㎡의 지상에 설치된 시멘트 포장도로를 철거하고, 위 토지를 인도하라.


시멘트 포장도로 대신, 아스팔트 포장 및 보도블럭 / 도로 포장 및 지하에 설치한 하수관거 / 콘크리트 포장 / 아스콘 포장 / 콘크리트 및 철제 맨홀 뚜껑 등 각종 판결에 등장하는 철거 대상도 다양하다.


한편 상대방은 도로포장재를 철거하기 전까지 그 부지를 무단으로 점유ㆍ사용하는 것에 다름 아니므로, 토지 소유자에게 부당이득을 반환해야 한다.

보통의 경우 임료 상당 금액을 부당이득금으로 정하게 되나,

한 하급심 판결에서는 “① 피고는 통행로로서만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그 이용목적에 비추어 위 토지가 크게 훼손되었다고도 보기 어려운 점, ② 이 사건 토지의 원래 지목은 묘지로서 원고가 원래 태양으로 회복하기 어렵다고 볼 사정은 없는 점, ③ 위와 같이 지목이 묘지인 이상 원고가 다른 용도로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다고는 하기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통행료 이용에 관한 부당이득을 임료 감정결과의 50%로 제한하여 인정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도로포장재가 토지에 부합되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반대로 토지 소유자의 부당이득반환의무가 문제될 수 있다.

민법 제261조(첨부로 인한 구상권) 전5조의 경우에 손해를 받은 자는 부당이득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위 규정에 의하면, 포장도로의 소유권을 잃은 시공자로서는 아무런 비용 부담 없이 그 소유권을 취득한 토지 소유자에게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로 포장을 원한 적도 없고 그 철거를 구할 수도 없게 된 땅 주인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까지 부과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온당치 못하다.

이와 관련해서는 아래 하급심 판결을 참고할 만하다.

“도로를 콘크리트로 포장한 부분이 이 사건 토지에 부합됨으로써 피고(토지 소유자)가 부당한 이득을 취하였는지 본다.
부합으로 인하여 손해를 받은 사람은 부당이득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데, 이러한 보상청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민법 제261조 자체의 요건만이 아니라, 부당이득 법리에 따른 판단에 의하여 부당이득의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그리고 부당이득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 원인을 갖지 못한 경우에 공평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그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인데, 이득자에게 실질적으로 이득이 귀속된 바 없다면 그 반환의무를 부담시킬 수 없다.
(…) ① 원고가 콘크리트 포장을 하기 전부터 이 사건 토지에는 사람과 자동차가 통행할 수 있는 흙길이 나 있었던 점, ② 원고가 단독주택 건축허가를 받을 목적으로 이 사건 토지 중 174㎡를 콘크리트 도로로 포장한 점, ③ 이 사건 토지는 이미 해변으로 연결되는 M, N 도로와 접해 있어 위 도로를 이용한 통행이 가능하였으므로, 이 사건 포장도로의 개설이 이 사건 토지의 가치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할 때, 원고는 자신의 이익(건축허가 및 원고 토지로의 출입 편의 등)을 위하여 콘크리트 도로 포장을 하였고, 도로 포장으로 인한 이익도 주로 원고가 향유하며, 이 사건 포장도로로 인하여 피고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이득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원고의 부당이득반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것 없이 이유 없다.” 

또한,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되는 통행지의 소유자는 사안에 따라 그 통로에 설치된 시설물, 도로포장재의 철거를 구하지 못할 수 있다.

<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2다53469 판결>
주위토지통행권자는 필요한 경우에는 통행지상에 통로를 개설할 수 있으므로, 모래를 깔거나, 돌계단을 조성하거나, 장해가 되는 나무를 제거하는 등의 방법으로 통로를 개설할 수 있으며 통행지 소유자의 이익을 해하지 않는다면 통로를 포장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할 것이고, 주위토지통행권자가 통로를 개설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통로에 대하여 통행지 소유자의 점유를 배제할 정도의 배타적인 점유를 하고 있지 않다면 통행지 소유자가 주위토지통행권자에 대하여 주위토지통행권이 미치는 범위 내의 통로 부분의 인도를 구하거나 그 통로에 설치된 시설물의 철거를 구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더 나아가 토지소유자는 타인의 토지를 통과하지 아니하면 필요한 수도, 유수관, 가스관, 전선 등을 시설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경우에는 타인의 토지를 통과하여 이를 시설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통행지 소유자는 위와 같은 요건이 갖추어진 수도 등 시설에 대하여 그 철거를 구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포장도로의 철거를 구하는 소송.

얼핏 간단해 보일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처럼 수많은 주장과 항변이 가능한 유형의 사건이므로, 소송당사자로서는 관련 법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처음부터 적절한 주장을 할 수 있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땅 주인이 토지에 깔려 있는 자갈의 수거를 청구한 사건에서 ‘자갈이 토지에 부합되었다’고 판단한 흥미로운 판례가 있어 이를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피고들은 수거 대상인 이 사건 자갈의 특정이 불가능하고 이미 그 부지에 부합되었으므로, 이 사건 자갈의 수거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을 제3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 및 영상, 이 법원의 현장검증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 즉 이 사건 토지에는 크고 작은 자갈 및 그와 비슷한 크기의 시멘트 조각들이 깔려 있어 그 중에서 피고들이 깔아 놓은 자갈만을 분별해 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는 점, 시간의 경과와 통행 등으로 인해 이 사건 자갈이 이미 그 부지에 부합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자갈의 특정 및 그 분리ㆍ제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있고, 결국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 중 이 사건 자갈에 대한 수거 청구 부분은 이유 없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