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매 관련 사건이라면 대부분의 유형을 다루어 보았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투자효율이 가장 좋은 경매 물건 중 하나는 "대지사용권이 성립하였으나 마치 성립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집합건물"이 아닐까 싶다.
이 경우 집합건물 낙찰자는 소송을 통해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받고 각종 제한물권 등도 말소할 수 있으므로, 사실상 건물 가격만으로 그 대지까지 온전히 취득하게 되는 셈이다.
더군다나 낙찰자가 신고ㆍ납부해야 하는 취득세는 건물 경락대금을 기준으로 산정될 뿐, 대지지분 취득에 관한 세금이 별도로 발생하지도 않는다.
본 게시글에서 소개할 사건의 의뢰인들 또한 경매절차에서 집합건물을 낙찰받은 매수인이었다.
해당 사건을 담당하게 된 것은 항소심이 막 시작된 이후였는데, 1심에서 '이 사건 구분건물이 1993. 10.경에는 객관적ㆍ물리적으로 완성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나, 그 완성 시기를 피고 명의의 제1 압류등기(1993. 5.) 및 제1 근저당권등기(1993. 7.)가 마쳐진 시점보다 이전이라고 인정하기는 어려우므로, 원고들은 집합건물법 제20조의 분리처분금지 위반을 이유로 위 각 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원고였던 의뢰인들이 이미 일부패소 판결을 받은 터였다.
<1심 법원이 판단한 시간적 순서>
1992. 12. 구분행위 존재
1993. 05. 토지에 관하여 제1 압류등기 경료
1993. 07. 토지에 관하여 제1 근저당권등기 경료
1993. 10. 구분건물 객관적ㆍ물리적으로 완성
이처럼 '분리처분금지 위배 여부'가 쟁점이 되는 사건에서, 시간적 순서에 관한 판단은 소송의 승패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만일 [건물에 관하여 구분소유가 성립된 시점]보다 [토지에 관하여 제3자의 압류등기ㆍ근저당권설정등기 등이 마쳐진 시점]이 앞선다면, 뒤늦게 대지사용권을 취득한 구분소유자로서는 제3자에 대하여 압류등기ㆍ근저당권설정등기 등의 말소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련 법리>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2항에 의하면, 구분소유자는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과 분리하여 대지사용권을 처분할 수 없는데, 위 규정에 의하여 분리처분이 금지되는 '대지사용권'은 구분소유자가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건물의 대지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이므로 구분소유의 성립을 전제로 하며, 구분소유자가 아닌 자가 구분소유 성립 전부터 전유부분의 소유와 무관하게 집합건물의 대지로 된 토지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권리는 집합건물법 제20조에 규정된 분리처분금지의 제한을 받지 아니한다.
그리고 1동의 건물에 대하여 구분소유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객관적ㆍ물리적인 측면에서 1동의 건물이 존재하고 구분된 건물부분이 구조상ㆍ이용상 독립성을 갖추어야 할 뿐 아니라 1동의 건물 중 물리적으로 구획된 건물부분을 각각 구분소유권의 객체로 하려는 구분행위가 있어야 한다.
구분건물이 물리적으로 완성되기 전에도 건축허가신청이나 분양계약 등을 통하여 장래 신축되는 건물을 구분건물로 하겠다는 구분의사가 객관적으로 표시되면 구분행위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으나, 그 구조와 형태 등이 건축허가의 내용과 사회통념상 동일하다고 인정될 정도로 1동의 건물 및 그 구분행위에 상응하는 구분건물이 객관적·물리적으로 완성되어야 그 시점에 구분소유가 성립한다.
이로 인해 많은 케이스에서 구분소유의 성립 시점 / 대지사용권의 발생 시점에 관한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지는데,
본 사건에서는 "객관적ㆍ물리적으로 1동의 건물이 존재하고 구분된 건물부분이 구조상ㆍ이용상 독립성을 갖추게 된 시점"이 언제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였다.
구분행위의 존재 사실은 이미 입증되어 있었고, 각종 등기의 경료 시점은 등기부를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바, 결국 1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서는 구분건물이 1993. 5.보다 이전에 완성되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했던 까닭이다.
실마리를 찾기 위해, 1심에서 제출되어 있던 항공사진에 더하여 포털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로드뷰ㆍ거리뷰 사진 등을 밤새 들여다보았다.
항공사진(1992년 촬영)을 처음 보았을 때에는 건물의 모양조차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로드뷰 사진을 각도별로 찾아보고 관련 판결을 심도 있게 조사하는 과정에서 점차 승소할 수 있다는 확신이 싹트기 시작했다.
다음은 그와 같은 고민 끝에 작성하여 제출한 항소이유서 중 일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지도 및 사진 등은 제외하였다.
▶ 구분소유의 성립을 위해 건물이 어느 정도로 완성되어 있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보면, 최소한의 기둥과 지붕, 주벽이 이루어진 경우 독립된 부동산으로서 건물의 요건이 갖추어졌다고 함이 상당하며, 반드시 시공 전(全) 과정이 마무리된 정도에까지 이르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전유부분의 '구조상의 독립성'은 각 전유부분이 구조적으로 구획되어 있는 경우에, 사회적 요청에 대응하는 '이용상의 독립성'은 각각의 전유부분이 독립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경우에 인정됩니다.
▶ 한편 1심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이 사건 토지 및 인근 토지 총 5필지 지상에는 각각 1동의 집합건물이 위치해 있는데, 이는 ○○○와 그 형제자매들이 1992년경 각자의 소유대지 위에 동시에 신축하였던 것으로서, 위 집합건물 5동 전체를 지칭할 때는 '○○○○○'이라고 일컫고 있습니다.
▶ 그런데 1992. 12.경 촬영된 항공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① 이 사건 구분건물을 제외한 다른 동의 건물들은 모두 지붕까지 완성되어 있는 사실, ② 이 사건 구분건물 역시 지붕층의 반은 이미 시공이 되어 있고 나머지 절반 정도의 면적만 철근 등이 드러나 있는 사실, ③ 각 건물들의 북서쪽 방향으로 거의 균일한 길이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바, 이는 당시에도 이미 이 사건 구분건물의 골격이 지붕층까지 완성되어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특히 갑 제20호증 사진을 통해 이 사건 구분건물의 지붕층 절반에 콘크리트 타설이 되어 있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는데, 철근콘크리트 공사 시(이 사건 구분건물이 철근콘크리트 슬래브지붕 건물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각 등기사항전부증명서 참조) 아래층의 골조가 완성되어 벽면까지 콘크리트 타설을 완료한 이후에야 그 상층의 골조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1992. 12. 당시 이 사건 구분건물 전체의 기둥, 주벽, 천장이 거의 완성되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할 것입니다.
**지붕층의 콘크리트 타설이 한꺼번에 이루어지지 않은 까닭은, 아래 사진과 같이 이 사건 토지의 경사로 인해 지붕층 간에도 단차가 존재하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짐작됩니다[이 사건 구분건물은 총 14세대로 구성되어 있는바, 아래 사진의 좌측 부분에 해당하는 1ㆍ2호 라인은 4층(지하1층~지상3층) 8세대로, 우측 부분에 해당하는 3ㆍ4호 라인은 지하층 없이 3층 6세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게다가 1993. 5. 4.경에는 이 사건 구분건물의 대리석 시공을 하였던 소외 ○○○에 대한 대물변제 명목으로 이 사건 구분건물 중 일부 세대가 분양되기도 하였는바, 이는 분양 이전에 ○○○의 공사대금 채권이 먼저 성립되어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대리석을 사용하는 계단시공 등의 내부공사는 당연히 건물의 전체적인 골조 완성 이후에 시행되는 것이므로, 이를 통해서도 1993. 5. 이전에 이 사건 구분건물에 대한 구분소유 성립 요건이 충족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 조경공사업자인 소외 ○○○의 증언 및 사실확인서에 따르더라도 '1993. 4.경에는 이 사건 구분건물의 공사가 거의 완료된 상태였으며, 외부 조경공사와 각 세대 내부의 욕조, 싱크대 설치 등 내부마감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데, 조경공사는 건물 시공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된다는 점에 비추어 위 ○○○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 할 것입니다.
▶ 이 사건 구분건물과 동시에 신축된 ○○○○○ 101동 102호(○○동 ○○번지)에 1993. 4. 21.자로 소외 ○○○의 전입신고가 마쳐진 사실도, '이 사건 구분건물 역시 그 무렵 실거주가 가능한 상태였다'는 점을 인정하기 위한 자료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원고 측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하급심 판례도 첨부하였다.
"2003. 8. 25.경에는 이 사건 아파트의 옥탑층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완료되었으므로 이 사건 아파트는 2003. 8. 25.까지 지하 2층부터 지상 12층까지 각층의 기둥, 주벽 및 천장 슬라브 공사가 이루어졌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2003. 8. 25.경에는 이 사건 아파트가 미완성상태이기는 하나, 원고가 낙찰받은 구분건물인 ○○호를 포함하여 그 아래 각층의 콘크리트 골조 및 기둥, 주벽, 천장이 완공되어 이 사건 아파트 내부의 각 구분건물은 구조상·이용상 독립성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와 달리 2003. 8. 18.경 골조공사를 포함한 공정율이 22.193%에 불과하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신탁등기가 마쳐진 2003. 9. 4.경 구조상·이용상 독립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
항소심 결과는,
원고 전부 승소.
구분건물이 1993. 5. 이전에 완성되었음을 전제로, "피고 명의의 압류등기, 근저당권설정등기는 분리처분금지 원칙에 위반하여 마쳐진 무효인 등기"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서두에 언급한 대로,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였던 원고들이 아무런 비용 지출 없이 깨끗한 토지등기부를 손에 넣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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