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 의뢰인 A는 집주인 B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임차인으로, 그 임대차 종료일은 2021. 2. 26.이었다.
- A는 B와의 임대차계약이 종료되는 당일 이사할 수 있는 아파트를 물색하여, 그 소유자 C와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전세보증금 3억 4,000만 원 중 계약금 3,400만 원을 지급하였다.
- 그런데 임대차기간 만료 약 2주 전, B가 ‘다음 세입자가 구해질 때까지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렵다’는 뜻을 전해 왔다.
- A는 여유자금이 없어 B로부터 보증금을 제때 반환받지 못하면 C에게 잔금을 지급할 수 없는 처지였는데, 그렇게 되면 C에게 기지급한 계약금 3,400만 원은 위약금으로 몰취당할 것이 명백했다.
2. 해설
이처럼 기존 임대인의 보증금 미반환으로 인하여, 새로 체결한 전세계약이 어그러지고 그 계약금까지 몰수당하는 사례가 왕왕 발생한다. 분명 임대인의 잘못에서 비롯된 일이지만, 미리 적절한 조치를 취해두지 못한 세입자는 막대한 손해를 혼자 감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다면 세입자는 위와 같은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위 사실관계를 법률적으로 풀어보면,
- A가 C에게 계약금을 몰취당하는 손해는 B의 채무불이행, 즉 보증금반환의무 불이행과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에 해당한다.
- 다만 그 손해는 통상손해라고 볼 수는 없고 특별손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B가 A의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을 지게 된다.
민법 제393조(손해배상의 범위) ①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
②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
◆ 따라서 A로서는 자신이 입게 될 손해를 미리 알려 B로 하여금 그 사정을 인지하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A는 B에게 [C와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3,400만 원을 지급하였다는 사실, B로부터 계약 종료 당일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C에게 잔금을 치를 수 없어 위 계약금을 몰수당할 수 있다는 사실] 등을 분명하게 통지해 두어야 하는 것이다.
만일 이를 통지하지 않아 B가 A의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판단되지 않는 경우에는, A는 기껏해야 B로부터 받아야 할 임대차보증금에 관하여 연 5%의 지연손해금을 추가로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C에게 몰수당할 3,400만 원과 비교하면 턱없는 금액이다.
한편, 이와 같은 법리는 C와의 계약이 임대차계약이 아닌 매매계약일 때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또한 C로부터 몰수당하는 계약금뿐만 아니라, 중개수수료ㆍ이사비용 등 문제없이 이사를 갈 수 있을 것으로 전제하고 지출한 모든 비용에 관하여 배상청구가 가능하다.
"피고가 위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바람에 원고는 2019. 2. 28.에 지급하기로 한 F아파트의 임대차보증금 잔금 3억 2,000만 원을 지급하지 못하여 결국 F아파트의 임대인인 E에게 계약금 명목으로 지급한 3,000만 원을 위약금으로 몰취당한 사실, 피고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 불이행으로 인하여 위와 같이 이사가 중단되는 바람에 결국 원고가 2019. 2. 28.경 위 H 주식회사에게 위약금으로 120만 원을 지급하였고, 붙박이장 이전설치 계약을 하였던 주식회사 I에게 같은 날 위약금으로 4만 원을 지급한 사실이 인정된다.
(…) 원고가 붙박이장 이전설치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여 4만 원의 위약금을 지급하게 된 손해에 관하여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위와 같은 손해를 입게 된 특별한 사정을 피고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는 위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 불이행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3,120만 원(E에게 몰취된 계약금 3,000만 원 + H 주식회사에게 지급한 위약금 120만 원)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위 하급심 판결에서는 이사 가려 했던 집의 임대인에게 몰취된 계약금과 이사업체에 지급한 위약금을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하고, 다만 피고(기존 임대인)가 붙박이장 이전설치 계약 체결 사실까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배척하였다. 작은 금액이긴 하지만 붙박이장 이전에 관한 내용 또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미리 통지해두었다면 그 위약금을 손해배상액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 그런데 계약 종료 당일 임차인이 각별히 주의해야 할 사항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임대인에게 '임차목적물 인도의 이행제공'을 하여야 한다는 점인데, 임대인에 대한 통지까지 잘 해놓고도 이 부분을 놓쳐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게 되는 안타까운 경우가 실제로 종종 있다.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1다77697 판결>
임차인의 임차목적물 명도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 하겠으므로, 임대인의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소멸시키고 임대보증금 반환 지체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임차목적물의 명도의 이행제공을 하여야만 한다 할 것이고,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에서 퇴거하면서 그 사실을 임대인에게 알리지 아니한 경우에는 임차목적물의 명도의 이행제공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임차목적물 인도의 이행제공이란, 쉽게 말해 집을 비울 준비를 마쳐놓고 임대인에게 이를 통지하는 절차라고 할 수 있다(실제로 인도를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임대인의 보증금반환의무와 임차인의 임차목적물 인도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기 때문에, 임대차기간이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이 목적물 인도의무를 이행 또는 이행제공 하지 않았다면 임대인 역시 보증금을 내어줄 필요가 없다.
따라서 임차인이 집을 비울 준비조차 하지 않았다면, 임대인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사를 가지 못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행제공을 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불필요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으나,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추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요건임을 이해해야 한다. 이사업체에 지급해야 하는 위약금 등 지출비용은 상술한 바와 같이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
다음은 임차인이 이행제공을 하지 못하였던 사건들에서 법원이 판시한 내용이다.
"이와 같이 원고가 피고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결과 그 돈을 지급받아 C에게 지급하려고 하였던 오피스텔 임대차계약 잔금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 오피스텔 임대차 계약금 중 일부를 몰취당하고, 중개수수료도 무의미한 지출이 되었다 하더라도, 전항에서 본 바와 같이 2020. 4. 6.까지 피고가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에 관하여 동시이행항변권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없어서 이행지체에 빠졌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행지체로 인한 특별손해를 구하는 이 부분 청구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피고가 보증금반환의무의 이행을 회피한 것으로 볼 수 있어도 이 사건 아파트 인도에 대한 수령을 거절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를 수령거절 의사로 본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를 인도할 이행의 준비를 완료한 것으로 볼 수 없다. 피고의 임대차보증금반환의무의 이행이 원고의 이 사건 아파트 인도의무 이행과 사실상 결부되어 있다는 사정을 가지고 이행제공의 정도를 완화하여 볼 수도 없다."
3. 사건수행 결과
결과적으로 의뢰인 A는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을 수 있었다.
상담 직후 임대인 B에게 '특별손해에 관한 법리'와 '손해를 입을 시 이를 배상청구하겠다는 의사'를 기재한 변호사 명의의 내용증명 서류를 발송하였고, 이를 수령한 B가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였음에도 보증금을 융통하여 반환했던 것이다.
소송전이 벌어지기 전 다툼이 종결되어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다행스러운 사건이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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