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임대차계약이 적법하게 체결되고 나면, 약정한 기간 동안에는 임대인과 임차인 어느 쪽도 타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그럼에도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의 효력을 부인하면서 임대차 존속 중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던 사건을 소개한다.
원고(임차인)와 피고(임대인, 의뢰인) 사이에는 보증금을 4천만 원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서가 작성되어 있었는데,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4천만 원은 사실 보증금이 아니라 물품공급계약에 따른 대금이었고, 임대차계약서는 해당 금원의 회수를 담보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작성했던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던 사건이다.
즉, 원고의 청구는 「피고가 물품공급계약을 위반하였으므로, 기지급한 대금을 즉시 돌려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임대차계약서는 ‘처분문서’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언에 따라 의사표시의 내용을 해석하여야 하는바, 표준임대차계약서가 작성되어 있었던 이 사건에서는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거나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다툼이 가능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피고의 위임을 받아 아래와 같은 내용의 답변서를 작성・제출하였다.
▶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건물을 임대하기로 한 계약(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 합니다)은 문언 그대로 원고의 실질적인 공간 사용을 위해 체결된 것으로서, 원고의 주장과 같이 담보조로 체결된 계약이 아닙니다. 즉, ○○사업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되면서 사업 공간이 필요하게 됨에 따라, 원고가 이 사건 건물을 임차하여 사무실 용도로 사용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법원은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므로(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60065 판결),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가 담보 목적으로 작성되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원고의 분명한 입증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더구나 이 사건 임대차계약 체결 직후, 원고는 이 사건 건물을 소재지로 하여 사업자등록 및 ○○업 신고까지 마친 바 있습니다. 이 사건 건물을 사무실로 사용하고자 했던 원고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 만약 원고의 주장대로 ‘담보 목적’으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면, 그와 같은 취지를 별도로 기재하였으리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피고로서는 물품공급계약에 기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도, 추후 임대차기간 만료를 이유로 보증금의 반환요구를 받는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특약의 기재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결국 어느 모로 보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그 기재된 내용대로 체결되었다고 할 것이고, 피고가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4천만 원 역시 임대차보증금으로 지급받은 것임이 명백합니다.
▶ 원・피고가 함께 진행하고자 했던 ○○사업은 원고의 변심으로 흐지부지되고 말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 사건 임대차계약까지 해지된 것은 아닙니다. 피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으로 인해 이 사건 건물을 반년 째 타에 임대하지 못하는 상황인바, 이를 담보 목적의 계약으로 보아 보증금 4,000만 원을 당장 반환해야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매우 부당합니다.
피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기간 만료 후 원고에게 보증금을 모두 반환할 것입니다. 그러나 임대차계약이 존속하고 있는 동안에는 이를 반환할 의무가 없으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여주시기 바랍니다.
몇 차례의 서면 공방 이후, 결국 의뢰인이 전부 승소한 것과 다름없는 내용으로 아래와 같이 조정이 성립되었다. 다만 원고와의 사이에 임대인-임차인 관계가 지속될 것을 감안하여 소송비용만은 각자 부담하는 것으로 원만하게 합의하였다.
비록 위 사건은 여러 정황상 원고가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던 케이스이지만, 실제로 소송 수행을 하다보면 본인이 의도했던 것과 다른 내용으로 작성된 문서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처한 당사자를 드물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따라서 처분문서를 작성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그 내용과 법률적 효과를 제대로 이해하고, 적확한 문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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