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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상담

[법률상담] 깡통전세 → 경매로 넘어갔을 때, 경우의 수 4가지

by 11년차 변호사 2022. 3. 18.

흔히 말하는 깡통전세의 경우, 즉 전세보증금의 액수가 집의 매매가와 거의 같거나 오히려 이를 상회하는 때에는, 소송을 거쳐 강제경매를 신청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으로서는 안정적인 보증금 회수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본 게시글에서는 깡통주택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그 경매 절차의 메커니즘, 그리고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직면할 수 있는 경우의 수 4가지에 관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 아래에서 간단히 살펴보겠지만, <대항력이 없는 임차인>은 순위에 따라 배당금을 받든 받지 못하든 낙찰자에게 주택을 인도해야 할 뿐이므로 권리분석이 단순하다.

※ 임대인에게 깡통주택 외에 집행할 만한 다른 재산이 없음을 전제로 한다. 실제로 그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증금 일부만 건지고 쫓겨나게 생겼어요

 

대항력을 갖춘 깡통전세 피해자들이 종종 전해 오는 고민인데, 엄밀히 보자면 이는 틀린 말이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보증금은 경매 낙찰자가 인수해야 하므로, 원칙적으로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 주택의 매매가 및 보증금은 모두 2억 원이다.
- 임차인보다 선순위로 배당되는 채권 1,500만 원이 존재한다.
- 임차인이 경매를 신청하여, 경매비용으로 500만 원을 지출하였다. 
- 위 주택을 그 시세대로 낙찰받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 

 

이때 2억 원에 매각이 이루어지면, 대항력을 갖추지 못한 임차인은 2,000만 원(=1,500만 원+500만 원)을 공제한 1억 8,000만 원을 배당받은 뒤 집을 비워줘야 한다. 회수하지 못한 2,000만 원은 기존 집주인에 대한 채권으로만 남게 된다.

그런데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춘 경우에는, 낙찰자는 임차인이 돌려받지 못한 2,000만 원에 대한 보증금반환채무를 추가로 인수하게 된다. 임차인은 그 2,000만 원까지 전부 받기 전에는 집을 비워줄 의무가 없다. 결과적으로 낙찰자는 2억 원짜리 집을 2억 2,000만 원에 매수하게 되는 꼴이다.

(경매비용 500만 원의 우선배당은 임차인이 경매 신청 시 납부했던 금원을 돌려받는 것에 불과하다.)  

이렇게만 본다면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마치 아무런 손해도 보지 않는 것 같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애초에 위와 같은 물건을 낙찰받으려는 매수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점에 있다.

 

즉, 대항력 있는 임차인은 보증금을 일부만 받고 쫓겨날 위험에 처하는 것이 아니라,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거나 / 아니면 입찰자가 없는 탓에 결국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거나, 소위 “모 아니면 도”의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대항력을 갖추지 못한 임차인보다 막막한 처지가 되기도 한다.

 


입찰자가 없어 경매의 진행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임차인은 결국 다음 4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1. 낙찰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린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주택의 미래가치를 보고 낙찰받는 매수인이 나타날 때까지, 또는 실제로 집값이 올라 그 시세가 보증금의 액수를 넘어설 때까지 기약 없이 기다리는 방법이다.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취하게 되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임차인은 결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상실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2. 주택을 직접 낙찰받는다.

임차인이 일부 손해를 감수하고 임차주택을 직접 낙찰받는 방법이다. 위 예시 사안에서의 임차인이 2억 원을 내고 주택을 낙찰받는다면, 우선 경매비용 500만 원과 선순위 채권 1,500만 원(주로 체납세금일 것이다)을 공제한 나머지 대금 약 1억 8,000만 원을 다시 배당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임차인은 -제3자가 낙찰받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2억 원의 가치가 있는 집을 2억 2,000만 원에 매수하는 셈이 된다.

실무적으로는 차액지급의 신고를 하여 이른바 상계처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낙찰대금 2억 원을 전부 실제로 마련해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경매가 아닌 공매 절차에서는 이러한 상계가 불가하고 대금을 일단 납부해야 한다고 해석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주택을 낙찰받고자 할 때에는 ① 생애최초주택과 관련한 각종 혜택을 포기해야 할 수 있다는 점, 주택 취득으로 인하여 각종 세금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함은 물론이고, 선순위로 배당되는 금액을 잘 계산해서 낙찰대금을 전략적으로 적어 내야 할 필요가 있다.

만약 선순위 금액이 터무니없이 클 때에는 이 방법을 선택할 수 없다.

 

3. 임대인으로부터 주택을 매수한다.

다른 이해관계인이 없다면, 경매 중이라고 하더라도 임대인과의 사적 협상을 통한 주택 매매를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나 임대인이 보증금 외에 추가 대금을 요구하기 일쑤이고, ② 이미 해당 주택의 등기부에 (가)압류 또는 근저당권 등 제한물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아주 드물지만 임대인의 다른 채권자로부터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당할 위험도 있기 때문에, 가벼이 권유하기는 어려운 방법이다.

일반적으로는 뒤탈 없는 주택 인수를 위해 경매 절차를 통한 소유권 취득이 바람직하다.

 

4. 특별매각조건을 설정한다.

전통적으로는 상술한 3가지 가능성만을 주로 이야기해 왔지만, 최근에는 전세사기 및 깡통전세로 인한 피해금액이 급증하면서 경매법원과 임차인들도 새로운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임차인은 낙찰자에 대하여 대항력을 포기한다 또는 배당받지 못한 나머지 보증금의 반환채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특별매각조건을 두고 경매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은 ‘보증금의 일부만 받고 나온다’는 개념이 없어 오히려 대항력을 갖추지 못한 임차인보다 막막한 처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특별매각조건을 설정하여 인위적으로 대항력 없는 임차인과 동일한 지위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초년생에 대한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서울 강서구, 구로구 등의 경매 물건들을 보면 이러한 특별매각조건이 명시되어 있는 케이스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보증금 인수의 부담이 없는 경매 목적물은 투자자에게도 매우 매력적인 물건이 될 수 있어 유찰이 적으므로, 직접 낙찰을 받는 것이 부담스럽고 일부라도 보증금을 회수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임차인이라면 고려해봄 직한 방법이다.

다만 선순위 금액이 지나치게 크거나 그 금액을 짐작하기 어려울 때에는 쉽사리 대항력을 포기해서는 안 되고, 경매 시장의 흐름에 따라 낙찰가가 예상보다 낮아지는 경우 큰 손해를 볼 수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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