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가 부동산과 같은 강제집행이 용이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경우, 어렵게 받은 판결문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채권을 변제받기까지 채권자는 또 한 번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 가장 흔하게 쓰이는 방법 중 하나가 채무자의 계좌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는 것인데, 채무자가 이용하는 은행계좌를 알지 못하는 경우 먼저 신용정보회사에 신용조사/신용조회를 의뢰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계좌를 찾기 위한) 신용조사 의뢰의 장점이라고 알려져 있는 사항을 크게 2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채무자가 감춰놓은 계좌의 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2. 신속하게 진행된다. 재산명시, 재산조회 등의 법적인 절차를 거치는 경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에 채무자에게 재산을 빼돌릴 여유를 주게 된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설명이 전부 사실일까. 각 항목별로 살펴보도록 하자.
1. 채무자가 감춰놓은 계좌의 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채무자의 계좌를 모르는 상태에서 투망식으로 압류추심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보통 시중은행 몇 곳을 임의로 골라 제3채무자로 지정하게 된다. 따라서 채무자가 연고지와는 동떨어진 곳의 단위농협, 새마을금고에 계좌를 개설하는 등 작정하고 본인이 이용하는 은행을 감추려고 하면, 투망식 압류추심 신청만으로는 이를 찾아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신용정보회사는 위와 같은 점을 강조하며 '신용조사를 통해 우선 채무자가 사용하는 계좌를 추적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은행을 특정하여 압류추심을 신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광고를 한다.
하지만, 신용조사를 의뢰한다고 해서 채권자가 원하는 채무자의 계좌를 모두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용정보회사 역시 계좌를 추적할 수 있는 권한은 없으며, 신용카드 등 발급내역을 통해 계좌개설 여부를 단지 추측할 뿐이다. 쉽게 말하면 지출 비용에 비하여 효용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의뢰인으로부터 건네받아 살펴본 신용정보회사 조사회보서만 해도, 채권자 개인적으로도 얼마든지 발급받을 수 있는 공시자료(채무자 주민등록초본, 채무자 거주지의 등기부등본, 각종 대장 등)가 두꺼운 서류뭉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주거래은행'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은행을 대상으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해보았으나 압류할 수 있는 금액은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어느 신용정보회사에 맡기는지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변호사 사무실에서 직접 신용조사 업무를 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경우를 가끔 발견할 수 있는데, 변호사 사무실 역시 신용정보회사를 통해 받아본 정보를 가공하여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채무자의 재산을 정확하게 찾기 위해서는 재산명시 및 이에 기초한 재산조회를 법원에 신청하는 수밖에 없다.
2. 신속하게 진행되어 채무자에게 재산을 빼돌릴 기회를 주지 않는다?
더 중요한 핵심은 이 부분이다. 많은 채권자들이 위 1항의 설명처럼 모든 재산 및 계좌를 제대로 찾아낼 수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신용조사를 의뢰하는 이유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 때문이다.
재산명시, 재산조회 등의 법적인 절차를 정식으로 거치는 경우에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채무자에게 각종 통지서가 가는 까닭에, 실제로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릴 여유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채권자가 조바심을 내어 신용조사부터 시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채권자가 간과하는 부분은, 신용조사를 하는 경우에도 채무자에게 이를 알리도록 규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및 그 시행령은 '개인신용정보를 제공하기 전까지 개인신용정보의 제공 사실 및 이유 등을 사전에 해당 신용정보주체(=채무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재산명시 및 조회의 절차를 거치는 사이에 재산을 은닉하는 행동을 할 만한 채무자라면, 위와 같은 통지를 받고도 이를 그대로 남겨둘 리 없을 것이다. 즉 채권자의 희망과는 달리 '밑져야 본전'조차 아닐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물론 통지와 결과 회보까지의 시간적 간격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채무자가 미처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집행을 마치는 것도 기대해볼 수는 있으나, 이는 어찌 보면 행운을 바라는 것에 불과하다.
반면 처음부터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을 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압류 시까지 채무자는 채권자가 집행에 착수하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압류추심을 신청한 금융기관에 잔고가 남아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 밀행성을 중시한다는 측면에서는 보다 적절한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신용조회 절차가 전혀 필요치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말 그대로 채무자의 신용도를 알아보기 위해, 또는 일차적인 압류추심 후 재산명시/재산조회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어차피 채무자가 채권자의 집행 시도를 알고 있는 경우 등등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이용해볼 수 있는 절차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를 '본격적인 압류추심에 앞서 가장 먼저 거쳐야만 하는 절차'라고 이해하는 것은 곤란하다. 절차의 장점/단점을 잘 파악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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